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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 치료 약물을 처음 처방받은 분들이 퇴원 후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약 이름을 검색하거나, "이거 오래 먹으면 괜찮냐"고 주변에 물어보는 것입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손이 떨리는 것만도 불편한데, 약까지 평생 먹어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전증에 쓰는 약물은 계열이 여러 가지이고, 계열마다 작용 방식도 부작용 프로필도 다릅니다. 어떤 약이 나에게 맞는지,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 치료 과정이 훨씬 수월합니다.
수전증, 약이 꼭 필요한 경우와 아닌 경우
수전증이라고 모두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떨림의 정도가 가벼워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일단 경과를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글쓰기, 밥 먹기, 물컵 들기 같은 기본적인 동작이 어려울 정도라면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수전증으로 외래를 찾는 환자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고, 60대 이후 연령층에서 특히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고 수전증이 노인 질환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40대에 손 떨림으로 진단을 받는 경우도 외래에서 드물지 않게 봅니다.
수전증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약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뚜렷한 원인 없이 생기는 본태성 수전증, 파킨슨병에 동반된 수전증, 소뇌 이상으로 인한 수전증은 치료 약물이 각각 다릅니다. 같은 손 떨림처럼 보여도 사실 전혀 다른 병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약물들은 주로 본태성 수전증 치료에 쓰이는 계열입니다.
가장 먼저 처방받는 약 — 베타차단제 계열
수전증 1차 치료제로 가장 오래, 가장 널리 쓰이는 계열이 베타차단제입니다. 프로프라놀롤 성분이 대표적입니다. 원래 고혈압이나 부정맥에 쓰던 약인데, 수전증 완화 효과가 확인되면서 이제는 수전증 치료의 표준 약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작용 원리는 이렇습니다. 수전증은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와 관련이 깊습니다. 베타차단제는 그 신호 전달을 차단해서 근육의 불필요한 떨림을 줄여줍니다.
연구들을 보면 수전증 환자의 50~60% 정도에서 뚜렷한 증상 개선이 나타납니다. 완전히 없애는 약이 아니라 '줄여주는' 약입니다. 처음부터 이 차이를 알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분은 베타차단제를 쓰면 기관지가 수축될 수 있어서 원칙적으로 금기입니다. 맥박이 느린 분, 혈압이 낮은 편인 분도 복용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당뇨 환자는 저혈당 증상, 즉 식은땀이나 두근거림을 이 약이 가릴 수 있어서 주의합니다.
처방 전에 이런 기저 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항경련제가 왜 수전증에 나오나 싶으셨다면
처음 항경련제를 처방받으면 "내가 간질이 있는 것도 아닌데"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실제로 외래에서 자주 설명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항경련제 계열 약물은 신경 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는데, 이 기전이 수전증의 떨림 회로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수전증에 처방되는 대표적인 성분은 프리미돈, 가바펜틴, 토피라메이트 등입니다.
프리미돈은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페노바르비탈로 바뀝니다. 이 페노바르비탈이 뇌의 흥분 신호를 억제해서 수전증을 완화합니다. 베타차단제와 비교했을 때 프리미돈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고, 두 약을 병용하기도 합니다.
가바펜틴은 신경통에 많이 쓰이는 약이지만 수전증에도 효과가 있어서 2차 선택지로 씁니다. 토피라메이트는 체중 감소 부작용이 있는데, 비만인 수전증 환자에서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사실 다소 복잡한 부분입니다.
부작용이 약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한 상황이라 의사와 상의해서 선택하게 됩니다.

수전증 약 먹고 이런 증상이 생기면 — 흔한 부작용
베타차단제를 복용하면서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은 피로감, 손발이 싸늘한 느낌, 혈압 저하, 맥박 감소입니다. 특히 복용을 시작한 며칠 동안 어지럽거나 기운이 없다는 분이 많습니다. 대부분 1~2주 정도 지나면 몸이 적응하면서 괜찮아집니다.
다만 맥박이 분당 50회 이하로 너무 느려지거나 혈압이 과도하게 낮아지면 용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항경련제 계열의 부작용은 성분마다 다릅니다. 프리미돈은 처음 먹을 때 심한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어서 아주 적은 용량부터 시작합니다. 빠르게 용량을 올리면 어지러움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가바펜틴은 졸림, 어지러움, 부종이 흔합니다. 특히 노인에서 낙상 위험이 있어서 취침 전 복용을 권하거나 낮은 용량으로 시작합니다. 토피라메이트는 인지기능 저하, 쉽게 말해 "말이 안 나온다", "생각이 느려진다"는 불편을 호소하는 분이 간혹 있습니다.
수전증 약을 먹으면서 기억력이 나빠진 것 같다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약의 부작용인지 다른 원인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약을 갑자기 끊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의심될 때는 반드시 처방 의사와 상담 후 조정해야 합니다.

드물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부작용들
드물게 나타나지만 알고 있어야 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베타차단제는 오래 복용하다 갑자기 끊으면 심장에 반동 현상이 올 수 있습니다. 협심증이나 심장 질환이 있는 분은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수전증이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반드시 감량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프리미돈은 드물게 간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장기 복용 중에는 간 기능 검사를 주기적으로 확인합니다. 가바펜틴의 경우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분은 약이 몸에 쌓일 수 있어서 용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토피라메이트는 신장 결석 발생 위험을 약간 높인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클로나제팜 성분 등)은 수전증 중에서도 안정 시 떨림이 두드러지거나 불안이 동반된 경우에 제한적으로 씁니다. 의존성과 내성이 생길 수 있어서 장기 단독 사용보다는 단기간 또는 다른 약과 병용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이 계열은 고령자에서 낙상,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처방됩니다.

수전증 약,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하나
수전증 약물은 대부분 매일 규칙적으로 복용합니다. 필요할 때만 먹는 약이 아닙니다. 베타차단제는 하루 1~3회로 처방되며, 혈압 강하 효과가 있어서 갑자기 일어설 때 어지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앉았다 일어설 때 잠깐 멈추는 습관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프리미돈은 처음에 저녁 한 번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늘려가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하루 중 수전증이 심한 시간대에 맞춰 복용 시각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오후에 회의나 외부 활동이 많은 분이라면 이른 오후 복용이 낫고, 저녁 식사 자리가 걱정인 분은 저녁 식전 복용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수전증이 유독 중요한 순간,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나 공식적인 식사 자리 전에 단기적으로 복용하는 방식을 쓰기도 하는데, 이런 용법은 반드시 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합니다.
약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전증 약물의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적어도 3~4주는 꾸준히 복용해야 합니다. "먹어도 안 낫는다"고 일주일 만에 포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3~4주가 지나도 효과가 없다면 용량 조절이나 약 교체를 고려합니다.

수전증 약과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들
많이들 모르는 사실인데, 알코올이 수전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준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알코올이 뇌의 억제 신호를 높여서 단기적으로 떨림이 줄어드는 현상이 실제로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잠깐 편해진다는 분이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 음주로 수전증을 조절하려 하면 알코올 의존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더구나 베타차단제나 항경련제 계열 약물과 알코올이 겹치면 진정 효과가 더해져서 심한 졸림, 어지러움, 운전 사고 위험이 생깁니다.
카페인은 수전증을 악화시킵니다. 커피, 에너지 음료, 일부 두통약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떨림을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베타차단제가 수전증에 효과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교감신경 차단이기 때문에, 카페인으로 교감신경을 계속 자극하면 약효가 상쇄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환자분들이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고 하실 때 커피를 하루에 서너 잔씩 드시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도 중요합니다. 베타차단제는 혈압약, 일부 항부정맥제와 병용 시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처방 전에 현재 복용 중인 약 목록을 모두 알려야 합니다. 프리미돈은 간에서 대사되는 약물과 겹칠 때 혈중 농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약재,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국에서 다른 약을 구입할 때도 수전증 약 복용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수전증 약 자주 묻는 질문
수전증 약을 평생 먹어야 하나요?
본태성 수전증은 완치보다는 관리의 개념이 강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시도를 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증상이 다시 나타납니다. 장기 복용이 필요한 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에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만성 질환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상태 변화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거나, 부작용이 크면 다른 계열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임신 중에 수전증 약을 계속 먹어도 되나요?
임신 중 수전증 약 복용은 헷갈리기 쉬운 부분입니다. 베타차단제(프로프라놀롤)는 임신 중 태아 성장 지연, 저혈당, 서맥 등의 위험이 보고되어 있어서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약을 유지할 경우와 줄일 경우의 득실을 따져야 합니다.
항경련제 계열은 태아 기형 위험이 일부 알려져 있어서,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이라면 처방 전에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수전증 약을 먹는 중에 운전해도 되나요?
복용 초기, 특히 어지러움과 졸림이 나타나는 적응 기간에는 운전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기간은 대개 1~2주 정도입니다. 이후 몸이 적응되어 부작용이 없다면 운전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가바펜틴이나 클로나제팜처럼 진정 효과가 강한 약은 개인차가 있어서, 처음 복용할 때 자신의 반응을 확인한 후 판단해야 합니다. 자신의 반응도 모른 채 복용 당일 운전대를 잡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약을 먹는데도 수전증이 줄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수전증 약물이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베타차단제나 항경련제로 효과를 못 보는 경우, 다른 계열로 교체하거나 병용하는 방법을 씁니다. 약물 치료에 한계가 있는 경우 보툴리눔 독소 주사가 선택지가 됩니다.
손이나 목의 수전증에서 특히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약물과 주사 모두 효과가 부족하고 수전증이 심각하게 생활을 방해한다면, 뇌심부자극술이나 집속 초음파 수술 같은 시술을 신경과, 신경외과에서 논의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 혼자 판단하기보다 담당 의사와 단계별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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