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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허리가 뻣뻣한 20대, 단순한 피로일까?
아침에 일어나 허리를 펴려는데 몸이 나무판처럼 굳어 한참을 뒤척여야 겨우 움직일 수 있고, 출근 준비를 하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점심 무렵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풀리는 일이 몇 달째 반복된다면 이것을 단순한 피로나 잘못된 잠자리 탓으로만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은 이런 모습으로 조용히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질환으로, 척추와 골반의 관절에 오래 이어지는 염증이 생기고 그 염증이 반복되면서 뼈와 뼈 사이가 점점 굳어 가는 병입니다. 이름에 들어 있는 '강직'은 뻣뻣하게 굳는다는 뜻이고,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겼다는 뜻이므로 이름 자체가 병의 성격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개 1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의 젊은 나이에 증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본인도 주변 사람도 운동 부족이나 자세 문제로 여기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이 질환은 면역 체계가 외부의 병균이 아닌 자기 몸의 조직을 공격하면서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 계열의 염증성 관절 질환으로 분류되며, 류마티스내과에서 주로 진료합니다. 흔히 허리 통증이라고 하면 근육이 뭉치거나 디스크(척추뼈 사이의 완충 연골)가 튀어나온 것을 떠올리지만, 강직성척추염은 뼈와 인대가 만나는 자리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라서 통증이 나타나는 방식부터 다릅니다. 최근에는 엑스레이에서 뼈의 변화가 뚜렷하게 보이는 경우와 아직 보이지 않는 초기 단계를 함께 묶어 '축성 척추관절염'(몸의 중심축인 척추와 골반을 침범하는 관절염)이라는 더 넓은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결국 같은 병의 흐름 위에서 얼마나 진행되었는지에 따라 이름이 나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강직성척추염은 완치를 약속하는 치료가 아직 없는 만성 질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척추가 완전히 굳어 허리를 굽히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은 아닙니다. 병의 진행 속도와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고, 요즘은 염증을 효과적으로 누르는 약이 여러 가지 나와 있어 일찍 진단받고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을 큰 불편 없이 이어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문제는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점인데, 증상이 흔한 허리 통증과 비슷해 보이고 젊은 나이에 생기다 보니 몇 년씩 병원을 옮겨 다니며 원인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질환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미리 알아 두는 것만으로도 진단 시점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척추가 대나무처럼 굳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강직성척추염의 염증은 대부분 골반 뒤쪽의 천장관절(엉치뼈와 엉덩뼈가 만나는 관절)에서 먼저 시작되는데, 이 관절은 엉덩이 위쪽 양옆에 자리하고 있어 초기에는 허리보다 엉덩이나 엉치 부위가 아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염증은 시간이 흐르면서 허리뼈를 따라 위로 올라가 등뼈와 목뼈까지 번질 수 있고, 척추뼈 사이의 작은 관절과 인대가 뼈에 붙는 자리에도 계속해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의학에서는 이렇게 힘줄이나 인대가 뼈에 달라붙는 자리를 '부착부'라고 부르며, 이곳에 생기는 염증을 부착부염이라고 합니다. 강직성척추염의 여러 증상은 대부분 이 부착부염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특징입니다.
염증이 오래 이어지면 몸은 손상된 부위를 복구하려고 새로운 뼈를 만들어 내는데, 이 과정이 지나치게 일어나면서 척추뼈의 가장자리에 뼈가 자라 나오고 결국 위아래 척추뼈가 서로 이어 붙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마디가 붙은 척추를 엑스레이로 찍으면 마디가 있는 대나무처럼 보여서 '대나무 척추'라는 표현이 생겼습니다. 척추가 붙어 버린 부분은 더 이상 구부리거나 돌릴 수 없기 때문에 허리를 숙이기 어렵고, 목을 돌려 뒤를 보기 힘들며, 등이 앞으로 굽은 자세가 고정되는 일이 생깁니다. 다만 이런 변화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며,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에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붙어 버린 척추는 유연성을 잃은 데다 속까지 약해져 있어서, 건강한 사람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정도의 넘어짐이나 충격에도 골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갈비뼈와 등뼈가 만나는 관절에도 염증이 생기면 숨을 깊이 들이쉴 때 가슴이 충분히 벌어지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하나의 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면, 허리 통증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왜 하필 젊은 나이에 찾아오는 걸까?
강직성척추염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타고난 유전적 체질과 몸 밖의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면역 체계가 잘못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유전 요인은 HLA-B27이라는 유전자형으로, 이것은 면역 세포가 우리 몸의 세포와 외부 물질을 구별할 때 쓰는 표지의 한 종류입니다. 강직성척추염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단 과정에서 이 검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 대부분은 평생 강직성척추염에 걸리지 않고 지내며, 반대로 이 유전자형이 없는데도 병이 생기는 사람도 있어서 이 유전자 하나만으로 병이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HLA-B27 외에도 여러 유전자가 병이 생기는 데 조금씩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중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 물질과 관련된 유전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실제 치료로도 이어져서, 염증 신호 물질을 막는 약들이 강직성척추염 치료에 쓰이게 되었습니다. 또 장 속 세균의 균형이 무너지거나 장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관절의 염증과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도 많이 나와 있는데,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 염증성 장질환(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처럼 장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병)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런 연결을 뒷받침합니다. 가족 가운데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유전적 영향을 보여 주는 부분입니다.
이 병은 남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 환자도 적지 않으며 여성의 경우 증상이 덜 전형적이어서 진단이 더 늦어지는 일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증상이 시작되는 나이는 대개 40대 이전이고, 중년 이후에 처음 시작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서 나이가 진단의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흡연은 병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담배를 피우는 환자에게서 척추의 변형이 더 빨리 진행되고 치료 반응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어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무리한 운동이나 허리를 다친 경험 때문에 이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과거의 생활을 탓하며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쉬면 더 아프고 움직이면 풀리는 허리
보통의 허리 통증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오래 움직인 뒤에 심해지고 누워서 쉬면 나아지는데, 강직성척추염의 허리 통증은 정반대로 가만히 있을 때 더 심해지고 몸을 움직이면 오히려 풀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통증을 '염증성 요통'이라고 부르며, 몇 주 정도 잠깐 아프다 마는 것이 아니라 3개월 이상 서서히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가 뻣뻣하게 굳어 있는 조조강직(아침에 관절이 굳는 현상)이 30분 넘게 이어지고, 샤워를 하거나 몸을 풀고 나서야 움직임이 편해지는 것도 흔한 특징입니다. 오랫동안 앉아서 회의를 하거나 장거리 운전을 한 뒤 일어날 때 허리가 잘 펴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로 생깁니다.
밤에 자다가 허리나 엉덩이가 아파서 깨는 것도 중요한 신호인데, 대개 잠든 직후보다는 새벽 무렵에 통증 때문에 잠이 깨고, 일어나서 조금 걸어 다니면 다시 누울 수 있을 만큼 나아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엉덩이 통증이 한쪽에서 시작했다가 얼마 뒤에는 반대쪽으로 옮겨 가는 식으로 번갈아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양쪽 천장관절에 번갈아 염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엉덩이 통증은 허벅지 뒤쪽으로 내려가기도 해서 좌골신경통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지만, 디스크 때문에 생기는 신경통처럼 종아리나 발끝까지 저리게 뻗치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통증과 뻣뻣함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도 염증성 통증에서 자주 보이는 반응입니다.
병이 진행되면 허리뿐 아니라 등과 목까지 뻣뻣해지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면서, 신발 끈을 묶으려고 허리를 숙이거나 운전 중에 고개를 돌려 옆 차선을 확인하는 동작이 점점 힘들어집니다. 갈비뼈 주변의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기침을 하거나 숨을 깊이 쉴 때 가슴이 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몸 전체에 염증이 이어지다 보니 쉽게 피로하고 기운이 없으며, 가벼운 미열이나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이 하나씩 따로 보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여러 가지가 함께 몇 달 넘게 이어진다면 한 번쯤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받아 볼 만한 이유가 됩니다.

눈이 충혈되고 발뒤꿈치가 아프다면?
강직성척추염은 척추만의 병이 아니어서, 허리 통증보다 다른 곳의 증상이 먼저 나타나거나 더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발뒤꿈치 통증인데, 아킬레스힘줄이 발뒤꿈치뼈에 붙는 자리나 발바닥 근막이 붙는 자리에 염증이 생기면 아침에 첫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가 찌르듯 아프게 됩니다. 이 증상은 족저근막염과 비슷해서 발 질환으로만 치료를 받다가 나중에야 강직성척추염으로 진단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슴뼈와 갈비뼈가 만나는 앞가슴이나 무릎 아래, 골반 뼈의 튀어나온 부분처럼 힘줄과 인대가 붙는 자리 곳곳에서 누르면 아픈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눈에 생기는 포도막염(눈 안쪽의 혈관이 많은 막에 생기는 염증)도 강직성척추염과 깊이 관련된 증상으로, 대개 한쪽 눈이 갑자기 빨갛게 충혈되면서 아프고 빛을 볼 때 눈이 부시며 시야가 흐려지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겉보기에는 흔한 결막염과 비슷하지만 눈곱이 많이 끼기보다는 통증과 눈부심이 두드러지는 편이고,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런 증상이 생기면 바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포도막염은 한 번 좋아졌다가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양쪽 눈을 번갈아 침범하기도 합니다. 포도막염을 반복해서 앓는 젊은 사람이 허리 통증까지 가지고 있다면 강직성척추염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척추 외의 관절에서는 주로 무릎이나 발목, 엉덩이 관절처럼 다리 쪽의 큰 관절이 한두 군데 붓고 아픈 경우가 많고, 손가락이나 발가락 하나가 통째로 소시지처럼 부어오르는 지염(손발가락 전체에 생기는 염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엉덩이 관절(고관절)이 침범되면 걷기가 불편해지고 병이 오래 이어지면 관절이 망가져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사타구니 쪽 통증이 계속된다면 담당 의사에게 꼭 알려야 합니다. 이 밖에도 건선(피부에 붉고 하얀 각질이 덮인 반점이 생기는 병)이나 염증성 장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가 있어, 오래 이어지는 복통과 설사, 혈변이나 잘 낫지 않는 피부 발진도 연관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심장 판막이나 폐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보고되어 있어, 정기 진료 때 몸 전체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디스크나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어떻게 다를까?
허리가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는 척추뼈 사이의 연골이 밀려 나와 신경을 누르는 병이라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오래 앉아 있는 등 허리에 부담이 가는 동작 뒤에 통증이 심해지고 누워서 쉬면 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경이 눌리는 탓에 다리 한쪽으로 저리고 당기는 통증이 발끝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나이와 관계없이 생기지만 갑작스러운 동작이나 부상 뒤에 시작되는 일이 흔합니다. 반면 강직성척추염은 특별한 계기 없이 서서히 시작되고, 쉬면 더 뻣뻣해지며 움직이면 풀린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구별됩니다. 두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한쪽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다른 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같은 류마티스 계열의 병이라 이름 때문에 헷갈리기 쉽지만, 주로 손가락과 손목 같은 작은 관절이 양쪽에 대칭으로 붓고 아픈 병이며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혈액 검사에서 류마티스 인자나 항CCP 항체(류마티스 관절염과 관련된 자가항체)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강직성척추염에서는 이런 항체가 대개 음성으로 나옵니다. 중년 이후에 척추 인대가 두꺼워지고 뼈처럼 굳는 미만성 특발성 골격 과골증(DISH)도 엑스레이에서 척추가 이어져 보인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생기고 천장관절의 염증이 없으며 염증 수치도 대개 정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온몸 여기저기가 아픈 섬유근육통도 젊은 환자에서 헷갈릴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관절이나 뼈에 염증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 구분 | 강직성척추염 | 허리 디스크 | 류마티스 관절염 |
|---|---|---|---|
| 흔한 시작 나이 | 10대 후반에서 30대 | 나이와 관계없이 다양 | 중년에 흔하지만 다양 |
| 주로 아픈 곳 | 엉치, 허리, 등, 발뒤꿈치 | 허리와 한쪽 다리 | 손가락, 손목 등 작은 관절 |
| 통증의 변화 | 쉬면 심해지고 움직이면 나아짐 | 움직이면 심해지고 쉬면 나아짐 | 아침에 관절이 굳고 부음 |
| 혈액 검사 | HLA-B27 양성 흔함, 류마티스 인자 대개 음성 | 대개 특이 소견 없음 | 류마티스 인자, 항CCP 항체 양성 흔함 |
표에 나온 차이는 흔히 보이는 경향을 정리한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예외가 많아서 증상만으로 스스로 병을 가려내기는 어렵습니다. 강직성척추염 가운데서도 허리 통증이 뚜렷하지 않고 무릎이나 발목 관절염이 먼저 나타나는 사람이 있고, 건선이나 장염과 관련된 관절염처럼 강직성척추염과 한 가족으로 묶이는 척추관절염들도 있어 경계가 흐릿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달 이어지는 허리 통증이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정형외과나 통증 치료만 반복하기보다는 류마티스내과에서 염증성 질환 여부를 확인받는 것이 진단을 앞당기는 방법이 됩니다. 진료를 받을 때 통증이 하루 중 언제 심한지, 움직이면 나아지는지, 눈이나 발뒤꿈치에 증상이 있었는지를 미리 정리해 가면 도움이 됩니다.
진단까지 오래 걸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은 한 가지 검사로 확정할 수 있는 병이 아니어서, 증상의 특징과 진찰 결과, 혈액 검사, 영상 검사를 모두 모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진료실에서는 허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옆으로 기울일 때 얼마나 움직이는지, 숨을 크게 들이쉴 때 가슴이 얼마나 벌어지는지, 벽에 등을 대고 섰을 때 뒤통수가 벽에 닿는지 등을 확인하면서 척추의 유연성이 줄었는지를 봅니다. 발뒤꿈치나 골반 주변처럼 힘줄이 붙는 자리를 눌러 아픈 곳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이런 진찰은 간단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변화를 비교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도 반복해서 하게 됩니다.
혈액 검사에서는 몸에 염증이 있을 때 올라가는 적혈구 침강 속도(ESR)와 C반응성단백(CRP)을 확인하고, 앞서 설명한 HLA-B27 유전자형 검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강직성척추염 환자 가운데는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는 사람도 적지 않고, HLA-B27은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혈액 검사 결과 하나만으로 병이 있다 없다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류마티스 인자처럼 다른 질환을 가려내는 검사를 함께 하는 것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병들과 구별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혈액 검사는 전체 그림을 맞추는 여러 조각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영상 검사로는 먼저 골반과 척추의 엑스레이를 찍어 천장관절의 경계가 흐려지거나 좁아졌는지, 척추뼈 사이에 뼈가 자라 나왔는지를 확인하는데, 이런 변화는 병이 시작되고 몇 년이 지나야 엑스레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있는데도 엑스레이가 정상이라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뼈 속에 부종처럼 나타나는 활동성 염증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엑스레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초기 단계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초기에 엑스레이가 정상으로 나오고, 증상이 흔한 허리 통증과 비슷해 보이며, 젊은 사람이 허리가 아프다고 할 때 염증성 질환을 먼저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엑스레이가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더라도 염증성 요통의 특징이 계속된다면 다시 확인을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약과 운동은 어떻게 함께 가야 할까?
강직성척추염 치료의 목표는 통증과 뻣뻣함을 줄이고, 염증을 가라앉혀 척추가 굳는 것을 최대한 늦추며, 일상생활과 일하는 능력을 지키는 데 있습니다. 가장 먼저 쓰는 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흔히 소염제라고 부르는 약)로, 강직성척추염에서는 이 약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라 많은 환자가 이것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나아집니다. 소염제는 위장 장애나 신장 기능,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장기간 먹을 때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담당 의사와 용량과 복용 방법을 조절해야 합니다. 무릎이나 발목처럼 척추 바깥의 관절에 관절염이 있으면 설파살라진 같은 항류마티스제를 쓰기도 하지만, 이 약은 척추 자체의 염증에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염제를 충분히 써도 염증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것은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신호 물질을 골라서 막는 약으로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와 인터루킨-17 억제제가 대표적입니다. 주로 피하 주사나 정맥 주사로 맞으며, 먹는 약 가운데서는 세포 안의 염증 신호 전달을 막는 JAK 억제제도 치료 선택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약들은 염증을 효과적으로 누르는 대신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결핵이나 다른 감염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잠복 결핵 검사와 간염 검사를 하고 치료 중에도 감염 증상을 잘 살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전신에 오래 쓰는 것이 권장되지 않고, 염증이 심한 관절이나 힘줄 주변에 국소적으로 주사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만큼 중요한 치료가 운동인데, 강직성척추염은 움직이지 않으면 더 굳는 병이라서 척추를 펴고 늘리는 스트레칭과 자세 교정 운동, 숨을 깊이 들이쉬는 호흡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척추의 유연성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수영이나 걷기, 실내 자전거처럼 관절에 무리를 덜 주면서 전신을 움직이는 운동이 도움이 되고, 처음에는 물리치료사나 재활의학과에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동작을 배워 두면 혼자서도 안전하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엉덩이 관절이 심하게 망가졌거나 척추가 앞으로 심하게 굽어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인공 고관절 수술이나 척추 교정 수술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부 환자에게 해당하는 선택입니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을 스스로 끊거나 운동을 그만두면 염증이 다시 올라올 수 있으므로, 치료 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굳지 않는 몸을 위해 매일 챙길 습관
강직성척추염 관리에서 생활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며, 담배를 끊는 것이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꼽힙니다. 흡연은 척추 변형을 더 빠르게 하고 병의 활동성을 높이며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갈비뼈 관절이 굳어 가슴이 잘 벌어지지 않는 환자에게는 폐 기능에도 이중으로 부담을 줍니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 시간에 한 번쯤은 일어나 허리를 펴고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좋고, 모니터 높이를 눈높이에 맞추어 고개와 등이 앞으로 굽지 않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침의 뻣뻣함이 심한 날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 몸이 풀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잠자리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인데, 지나치게 푹신한 매트리스보다는 몸이 가라앉지 않는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가 좋고, 베개는 너무 높지 않게 해서 목이 앞으로 꺾인 채로 굳지 않도록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옆으로 웅크려 자는 자세보다는 등을 펴고 바로 누운 자세나 엎드린 자세로 잠깐씩 지내는 것이 척추를 곧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불편함이 크다면 담당 의사나 물리치료사와 상의해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리한 체중 증가는 관절과 척추에 부담을 더하므로 균형 잡힌 식사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정 음식이 강직성척추염을 낫게 한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으므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에 기대기보다는 처방받은 치료를 꾸준히 이어 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척추가 이미 굳어 있는 사람은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 유연성을 잃고 속이 약해진 척추는 작은 충격에도 부러질 수 있고 골절이 생겨도 원래 있던 통증과 구별이 잘 되지 않아 늦게 발견되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넘어진 뒤에 목이나 등의 통증이 새롭게 생기거나 평소와 다르게 심해졌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병원에서 확인을 받아야 하며, 팔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함께 있다면 서둘러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목을 강하게 비트는 도수 치료나 무리한 교정은 굳은 척추에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받기 전에 자신의 병을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뼈가 약해지는 것을 대비해 골밀도 검사를 받고, 필요하다면 칼슘과 비타민 D 보충이나 골다공증 치료를 함께 하는 것도 관리의 한 부분입니다.
강직성척추염 자주 묻는 질문
HLA-B27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강직성척추염인가요?
HLA-B27 양성이라는 결과는 강직성척추염이 생길 수 있는 유전적 체질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뿐이고, 그 자체로 병이 있다는 진단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 가운데 실제로 강직성척추염이 생기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평생 아무 증상 없이 지냅니다. 그래서 허리 통증이 없는 사람이 우연히 양성 결과를 받았다고 해서 치료를 시작하거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HLA-B27이 음성이라고 해서 강직성척추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염증성 요통의 특징이 뚜렷하고 영상 검사에서 천장관절의 염증이 확인된다면 음성이어도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검사는 증상과 영상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참고 자료로 쓰인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가족 가운데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있고 본인도 양성이라면, 오래 이어지는 허리 통증이나 포도막염 같은 증상이 생겼을 때 조금 더 일찍 진료를 받아 보는 계기로 삼으면 됩니다.
강직성척추염이 자녀에게 유전되나요?
강직성척추염은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병이라서 부모가 이 병을 앓고 있으면 자녀가 같은 병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 인구보다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유전자로 병이 결정되는 단순한 유전병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와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병이기 때문에, 부모가 환자라고 해서 자녀에게 반드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환자의 자녀 대부분은 강직성척추염 없이 자라게 됩니다.
자녀에게 미리 유전자 검사를 시키는 것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큰 의미가 없고 괜한 불안만 키울 수 있으므로, 대신 이 병의 초기 신호를 가족이 함께 알고 있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10대 후반이나 20대에 들어 쉬면 더 아픈 허리 통증이나 발뒤꿈치 통증, 반복되는 눈 충혈과 통증이 나타난다면 가족력을 의사에게 알리고 진료를 받으면 진단을 한결 빨리 받을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복용 중인 약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이 약마다 다르므로, 계획 단계에서 담당 의사와 미리 치료 방법을 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증이 심할 때도 운동을 해야 하나요?
강직성척추염은 움직임이 줄어들수록 굳는 속도가 빨라지는 병이라서, 통증이 있다고 해서 오랫동안 누워 지내는 것은 오히려 뻣뻣함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염증이 심하게 올라온 시기에 무리하게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통증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이럴 때는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줄이고 가벼운 스트레칭과 호흡 운동 위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따뜻한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관절에 부담을 덜 주면서 몸을 풀어 주어 통증이 있는 시기에도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부딪히거나 넘어질 위험이 큰 격렬한 접촉 운동은 척추가 이미 굳어 있거나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에게 골절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운동 뒤에 생긴 통증이 다음 날까지 이어질 정도로 심하다면 운동량이 몸 상태에 비해 많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조절하면 됩니다. 운동을 해도 통증이 계속 심하다면 약물 치료로 염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참고 버티기보다는 담당 의사와 치료 방법을 다시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평생 맞아야 하나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를 막아 병의 활동을 누르는 약이지, 병의 원인 자체를 없애는 약은 아니어서 약을 끊으면 시간이 지나 염증이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잘 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 치료를 이어 가게 되며, 얼마나 오래 쓸지는 병의 활동성과 부작용, 개인의 상황을 함께 고려해 결정합니다. 병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에는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주사 간격을 늘리거나 용량을 줄여 보는 방식이 시도되기도 합니다.
이런 약을 쓰는 동안에는 감염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열이 나거나 기침이 오래 이어지는 등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생기면 담당 의사에게 알리고, 필요한 예방접종은 미리 상의해서 맞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이나 치과 치료를 앞두고 있을 때에도 약을 잠시 멈춰야 하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약값과 건강보험 적용 조건은 약의 종류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진료받는 병원에서 자세한 기준을 안내받는 것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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